[앵커]
사건을 보다, 시작하겠습니다.
보험금을 노려 남편을 익사시켰다는 이른바 '계곡 살인 의혹' 사건, 지난달부터 집중 보도해드렸죠.
이은해 조현수에 대한 재판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건 추적해 온 사회1부 정현우 기자의 추가 취재 내용과 재판 전망 얘기 나눠봅니다.
Q. 이은해, 조현수가 검거된 오피스텔 말고, 그 전에 은신했던 또 다른 장소가 있었다면서요?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거된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 외에 또 다른 은신처의 존재가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는데요.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 직후 잠적한 뒤 고양시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에 먼저 숨어들었습니다.
검거 장소인 삼송역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조력자인 김모 씨가 단기 임대로 대신 얻어준 곳이었는데요.
당시 임대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 관계자의 말입니다.
[공인중개사]
"(조력자가) 다른 부동산 통해서 왔어요. (임대료를) 선불로 내고 한 달만 살다 갔기 때문에. 나중에 '이사 갔다' 이렇게만 듣고."
제가 이 오피스텔 직접 가봤는데요.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에 경찰서가 있었습니다.
이은해 조현수의 도피행각이 얼마나 대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Q. 두 사람이 도피하기 직전에 대책회의까지 했다고요?
대책 회의는 이은해 조현수와 조력자 조모 씨와 김 씨 등이 참석했는데요.
회의 시점은 인천지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당일이었고, 장소는 조력자 조 씨 집이었습니다.
이 회의엔 '계곡 살인 의혹'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이모 씨도 참석했습니다.
조력자 조 씨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지난 2020년 유명 가수 등에게 수면유도제를 팔았다가 함께 실형을 살았습니다.
Q. 일주일 남은 재판 이야기를 해보죠. 원래 첫 재판이 어제 열릴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연기가 됐죠? 사정이 있나요?
네, 피고인 이은해와 조현수의 변호인이 교체됐습니다.
원래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던 두 사람이 첫 재판 예정일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 전격적으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습니다.
재판 준비를 남은 시간 안에 할 수 없다며 새 변호인이 연기를 신청하면서 첫 재판이 다음 달 3일로 1주일 미뤄졌습니다.
Q. 정현우 기자가 변호인의 입장도 취재했죠?
네 새로 선임된 변호인과 직접 통화해 봤는데요.
자신은 피고인 편만 들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해 조현수가 무죄를 주장한다고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사건 기록을 살펴 검찰과 다퉈볼 부분이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했습니다.
Q. 그런데 사건 기록만 2만 쪽이나 돼서, 재판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와요?
재판이 시작되면 변호인이 검찰에서 사건 기록을 복사해 검토하며 방어 논리를 세우는데, 저희가 확인해 보니 이번 사건 기록 2만 쪽가량 됩니다.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 때 3700여 쪽이었으니까 5배가 넘죠.
분량이 워낙 방대해 검찰이 복사 준비를 끝낼 때까지 3주는 걸릴 거라고 변호인에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기록을 받아 검토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긴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니까, 법정 다툼도 치열하겠네요.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정현우 기자 edge@donga.com